- 2011/05/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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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따지자면 준하x아이린?
"ㅡ그래서, 결국 동주는 나랑 어머니한테 배신당했다고 생각했다는 거지....어떻게 변명할 기회도 안 주고."
[저런..]
"이제 어떡하지....동주는 전화도 안 받고, 어머니는 침대에서 못 일어나셔."
[당분간은 내버려둬. 지금 니가 어떻게 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잖아.]
"그래도,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 회사 일도 있고..."
[당장은 니가 아무리 용을 써도 동주는 니 말 안 들을 거고, 너희 어머니도 정신 못 차리실텐데 뭐하러.]
"그럴까...."
[차라리 이 기회에 좀 쉬어. 한숨 돌린다 생각해. 니가 쉬고 나면 그 사람들도 진정되겠지.]
말이 쉽지. 한숨을 내쉬며 준하는 잔에 든 술을 털어넣었다. 머릿 속이 복잡해서 그런지 술이 유난히 쓰다. 오늘따라 취하지도 않는다. 취하려고 마시는 술인데 평소보다 더 취기가 안 도는게 원망스럽다. 저쪽에서는 책을 읽는지 일을 하는지 종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보니 거긴 낮이겠구나. 일하는 사람 붙잡고 술주정하는건가 미안하지만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쓰고 싶지 않다. 어차피 정말 바쁘다면 내가 무슨 소릴 해도 안 들어줄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고. 준하는 귓가가 뜨끈뜨끈하도록 붙잡고 있던 휴대폰을 반대 손으로 옮기며 술잔을 채웠다.
"아ㅡ,이것만 아니었으면 동주한테 포천공장일 말하고 미국 들어가려고 했는데...."
[미국 들어올 거였어? 동주는 어쩌고?]
"혼자 해보겠대서...나도 내 일이 있고...나, 옛날 가족들도...자꾸 마주치게 되고.."
[아, 그랬지. 저번에 할머니 만났다고.]
"아버지도 만났어."
[뭐? 어떻게 됐어?]
"얼굴 못 봐서 못 알아봤어. 내가 숨었거든."
[다행이네.]
"그래서 더 미국 들어가려고 했는데...어머니도 나보고 신경쓰지 말고 미국 가라시는데...어떻게 그래. 지금 상황이 이런데."
[너희 어머니가 너보고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고?]
"응...끝까지 같이 갈 거 아니면 여기서 손 떼라고..."
[아주 미국 들어오지 말라고 발목을 잡으시지 차라리.]
그러지 마. 어머니는 내 생각해서 그러신 거야. 뭐가 널 생각해서야? 여기서 손 떼면 인연도 끊겠다는 말이지. 불퉁한 목소리로 받아치는 아이린의 말에 준하는 애써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속으로는 저도 알고 있었다. 끝까지 같이 갈 거 아니면 여기서 빠지라는 말이 정말로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겠는가. 지난 날 절벽 끝에서 돌아온 현숙에게 다음엔 저도 데려가 달라고 말했던 준하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미국으로 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진창이라도 제 발로, 앞장 서서 걸어들어갈 지언정 절대 빠지겠다는 말은 못하는 준하를 현숙은 교묘히 이용했다. 넌 내 아들이야, 동주는 너없이 안돼, 우리 셋 끝까지 함께야, 하는 말로 준하가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조금만 기대에 어긋나도 매섭게 몰아붙였다. 넌 내 아들 아니야, 끝까지 같이 가자고 했잖니, 니가 어떻게 이러니. 마치 자신이 더 상처받은 양 준하를 죄책감에 몸부림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제 뜻대로 준하가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현숙은 머리가 좋은만큼 집념이 강한 여자였다.
준하도 알고 있었지만 애써 부정해왔던 이런 사실을 아이린은 냉정하게 까발렸다. 너희 어머니는 널 이용하는 거야. 너도 알고 있잖아. 동주는 널 형으로 생각할 지 몰라도 너희 어머니는 아니야. 너무 믿지 마. 너무 그 사람들한테 니 모든 걸 바치지 말아. 지금까지 니가 살아온 세월 중에 정말 니 인생은 얼마나 되는거 같아? 내가 보기엔 없어. 넌 지금까지 단 일분 일초도 온전히 너만을 위해 쓴 적이 없어. 넌 니 어머니랑 동주만 생각하고 살잖아. 그 사람들을 위해 사는게 너를 위해 사는 거라고 생각하잖아. 제발 니 인생을 찾아.
덕분에 아이린과의 연애는 험난했다. 처음 아이린이 말을 꺼냈을 때는 그런게 아니라고 설득하려 애썼고 그러다 준하가 자리를 피하거나 말다툼을 하는 일도 많아졌다. 보통의 여자라면 사이가 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입을 다물었을텐데 아이린은 끝까지 제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말을 돌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틈만 나면 어머니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그 때마다 준하와 싸우더라도 설득하기를 그만두지 않았다. 참을 수 없었던 준하가 헤어지자고 말을 꺼냈을 때도 아이린은 끝까지 제 의견을 피력했다. 좋아. 니가 원하는 대로 해. 그치만 너희 어머니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아. 그건 사실이니까. 잘 생각해봐. 제발, 뭐가 당신 인생을 찾는 길인지 생각해보라구. 장준하씨.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카페 문을 거칠게 열고 나서던 아이린의 모습과 그녀의 마지막 말은 준하를 오랫동안 따라다녔다.
그렇게 석달 정도 지났을 즈음, 비오는 밤에 아이린이 준하의 집 문을 두드렸다. 이상기후 탓인지 봄비가 장맛비처럼 쏟아지던 날에 아이린은 그 비를 쫄딱 맞고 흠뻑 젖은 꼴로 문 앞에 서 있었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것으로 얼굴이 범벅이 된 채 준하의 품에 안긴 아이린은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겨우 진정이 된 아이린을 욕실로 들여보내 씻기고 급한대로 제 옷을 입혔다. 금방 뽀송뽀송해진 얼굴로 제 팔다리보다 한참 길어 흘러내리고 밟히는 준하의 옷을 추스르며 소파 구석에 웅크리고 앉은 아이린이 미안해, 웅얼거렸다. 집에 있긴 싫은데, 갈 데가 없었어. 빨갛게 부어오른 눈이 창피한지 아이린은 자꾸 무릎 사이로 얼굴을 숨겼다. 준하가 차를 끓여다 가져다주자 아이린은 두 손으로 컵을 받아쥐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두서없이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 초점없이 건너편 어디 쯤을 보는게 준하가 듣는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예전에, 내가 니 얘기 밤새 들어줬었잖아. 그러니까... 지금 내 얘기도 들어줘."
"그래. 그럴게."
"...나 사실 식구들이랑 별로 사이가 안좋아. 어렸을 땐 안 그랬는데, 크면서 점점 그렇게 됐어. 언제부터였는지는 나도 잘 몰라. 중학교 땐가, 그 전인가... 아무튼 어렸을 땐 아빠하고도 언니하고도 동생하고도 잘 지냈거든. 엄마는 당연한거고. 지금도 엄마랑은 괜찮아. 연락도 엄마랑밖에 안 하는데...
아 오늘따라 왜 아빠는 전화를 해서....아빠가 아까 낮에 전화를 해서 그러잖아. 나보고 못돼 쳐먹었다고. 대뜸 그런건 아니고, 술 취했었나봐, 그쪽은 새벽이니까 술마시고 생각났는지 어쨌는지... 막 나한테 옛날얘기 아무거나 막 하다가, 동생 바꿔주냐길래 내가 됐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또 나랑 동생 어렸을 때 얘기를 한참을 하더니... 내가 전에 얘기했잖아, 걔 정말 싫어하게 된 계기. 나 미국 오기 전에,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 입학하고 얼마 안 됐을때. 응, 그거. 그래, 그 얘기를 아빠가 하는거야. 그러면서 그 옛날에 했던 소리를 또 하잖아. 사랑으로 감싸라느니, 걔가 워낙 그런걸 어쩌겠냐느니 막....그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다는 거 말했었잖아. 근데 내가 그 얘길 또 듣고 싶었겠어? 그래서 내가 짜증나서 그 얘기 하기 싫다그랬어. 그랬더니 아빠가 그러는거야. 아직도 꽁해있냐면서, 못돼 쳐먹었다고. 부모 죽인 원수도 아닌데 그런걸 갖고 동생을 아직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 너 그 이후로 동생한테 쌀쌀맞게 구는거 모를 줄 알았냐고, 못돼 쳐먹었다고 나쁜 년이라고 이기적이고 저만 잘난 줄 안다고. 니년은 유학도 가고 혼자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면서 뭐가 불만이냐고 막...거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그리고 너도 예전에 내 얘기 듣고 그랬잖아. 내 동생이 나빴다고. 생판 남한테도 안할 짓을 나한테 했는데 그걸 내가 왜 용서해줘야돼? 나쁜 년은 걔지 왜 나야? 그거 한 번도 아니고 걘 난 평생 무시하고 우습게 알다가 그런 짓까지 한 거라고. 그 뒤로도 걘 하나도 반성 안 했어. 여전히 날 우습게 알 걸. 내가 말도 안 걸고 없는 사람 취급하니까 부딪힐 일이 없어서 티가 안 나는거지. 아무리 어렸대도 그게 그렇게 쉽게 용서받을 일이야? 그리고 그때 걔 어리지도 않았어. 말했잖아, 그때 열여섯이었다니까.
.......맨날 이런 식이야. 아빠한테 나는 맨날 이기적인 년이고 싸가지 없는 년이고...나보고 피해의식있다고까지 했다니까. 피해의식 있다 쳐도 그거 만든게 누군데 나보고만 나쁜 년이래. 아, 진짜 내가 왜 유학을 왔는데, 안그래도 너랑 헤어져서 힘든데, 왜 굳이 전화를 해서 사람 속을 뒤집어...."
다시 차오른 눈물을 닦아가며 띄엄띄엄 말을 이어가던 아이린이 끅끅대고 울기 시작하자 준하가 어깨를 토닥였다. 지난 날 준하가 술김에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 뒤로 아이린도 조금씩 제 가족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지나가는 투정 정도라고 생각했고 아이린도 준하의 사연에 비하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그리 심각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준하는 그런 아이린이 제게 어머니와 동주에게 올인하지 말라고 할 때면 가소롭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따뜻한 가족의 둘레 안에서 상처 하나 없이 자라서 뭘 모른다고, 소위 배가 불러서 내 심정을 몰라 가족을 의심하라는 말을 함부로 한다고 생각했었다. 믿을 수 없어도 믿어야 하고 믿지 않아도 믿는 시늉이라도 난 해야한다고, 니가 뭘 아냐고 말하려다 그만 둔 적도 많았다. 그렇게 쌓이고 쌓여 헤어지자는 말까지 했던 거였는데, 아이린은 생각보다 속으로 곪은게 많은 거였다. 피가 섞인 가족이 오히려 한 번 틀어지면 정을 붙이기 어렵고 때론 짐이 될 때도 있다는 걸 준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아이린의 이야기가 절대 저보다 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봉마루에게 끔찍하고 숨막히는 집구석이었던 할머니와 아버지, 구질구질한 가난도 타인이 보면 뭐가 그렇게 싫으냐고, 얼마든지 사랑으로 감싸고 헤쳐나갈 수 있는 사소한 일이라고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 똑똑하고 잘난 네가 사랑으로 끌어안으렴. 너만 잘하면 집안은 조용하다. 그게 뭐 대수냐. 봉마루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던 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아이린도 똑같이 듣고 컸다니, 준하는 뭔가 속에서 울컥 솟는 걸 느꼈다.
"예전에 니 얘기 듣고 조금은 니가 부러웠어. 넌 그 지긋지긋한 집을 벗어났잖아. 새 엄마, 새 동생 생겨서 넌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든 행복하댔잖아.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고픈 가족이 생겼잖아.
난 여기 도망온거야. 그래서 유학오고 취직도 일부러 외국회사로 했어. 집에서 벗어나려고. 나도 혼자 사는거보다 가족들이랑 사는게 좋아. 그치만 거기서 계속 부딪히면서 살면 내가 계속 미워하게 되니까, 그래도 식군데, 얼굴보면서 미워하는거 보다는 안 보고 덜 미워하는게 낫잖아. 내가 거기서 벗어났다고 생각해야 가족들이 덜 밉고 내 스스로가 덜 못돼 보이잖아. 그래서 너한테도 내 원래 이름 안 가르쳐 준거야. 난 아이린으로 살고 싶어. 니가 장준하가 진짜 이름 아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듯이 나도 그러고 싶다구. 정말로 내가 식구들한테서 벗어나있다는 증거가 그 이름이니까...
니 앞에서 이런 얘기 하면 배부른 소리한다고 할까봐 안했어. 근데 너는 자꾸 니네 어머니한테 휘둘리잖아. 난 그거 너무 지긋지긋한데. 나도 싫지만 니가 그렇게 니 인생 양보해가면서 사는게 너무 싫었어. 너무너무 꼴보기 싫고 짜증나서 너한테 맨날 그러지 말라고 한거야. 니가 그럴 수 밖에 없다는거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니가 내 말 듣고 다시 생각할까 싶어서..."
그래그래. 알아. 미안해. 니 맘 몰라줘서 미안해. 준하는 고개를 묻고 우는 아이린을 끌어안았다. 봉마루는 죽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것처럼 너도 니 원래 이름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싶은걸 몰랐어. 나한테는 봉마루가 죽은 과거인데 너한테는 니 이름이 아직 짊어져야하는 현재라서, 니가 나보다 더 답답할텐데. 버린 죄보다 같이 살면서 끊임없이 미워하는게 더 큰 죄인걸 우리 둘은 아는데, 세상은 왜 모를까. 준하는 자신이 그랬듯 제 이야기를 하며 서럽게 우는 아이린의 등을 쓸어주며 위로했다.
그 뒤로 아이린과 준하는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삼사년 뒤 다시 헤어졌다. 이번엔 싸우지 않고 좋은 사이로 남을 수 있었다. 덕분에 아이린은 준하가 어떤 말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동주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혼란스러운 고백도, 동주도 저를 좋아한다는 난감한 고백도, 어렵고 위태롭겠지만 동주와 함께해보기로 했다는 수줍은 고백도 다 아이린에게만 털어놓았다. 그런 아이린과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동주때문에 간혹 곤란한 경우도 있었지만 준하는 이대로가 좋았다. 사랑도 옆에 있고, 소울메이트 친구도 있고, 어머니에게도 버림받지 않을 수 있는 적당한 자리. 한국에 들어와 봉우리를 만나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는 좀 힘에 부치는 것 같다. 동주를 도와야하는데, 그래야 준하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할 수가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동주를 돕기는 커녕 둘의 관계도 위험해질 것 같다. 그래도 아이린이 있어서 훨씬 견딜만한 것 같다고, 너와 이렇게 밤새 이야기하고 나면 내일은 동주와도 어머니와도 다 잘 돼 있을것 같아. 준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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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급 엔딩........시부럴 이걸 글이라고 쓴거여?

내가 봐도 존나 이건 슈ㅣ레기야......
글의 취지는 요 전에 준하가 아이린한테 자기 과거를 고백했고, 아이린도 자기 과거를 준하하고 공유함으로써 가까워지고
그 덕에 아이린이라는 소울메이트를 얻어서 준하가 조금은 편해졌다, 힘들어도 아이린을 통해 숨통을 트인다 그런 걸 쓰고 싶었는데
그 사이에 동주준하도 좀 끼워넣고 싶었는데
![]()
아 됐어 솔직히 말하면 아이린에 존나 감정이입해서 쓴 글이랍니다
아이린=나 수준의 넋두리 글
글을 쓰긴 썼는데 이건 쓴게 아니고 싼거여 싼거
솔직히 말하자면 쓰고 싶어서 썼을 뿐 읽으시라고 쓴 글은 아닙니다;;;;
읽고 아 뭐여ㅡㅡ동주준하나 쓸 것이지 뭔 개소리야 하셔도 할 말은 없네요ㅠㅠㅠㅠ
아이린이 한 말 중에 어느 부분은 제가 겪은 사실이고 어느 부분은 아니고 그래요
제가 준하한테 위로받고자 쓴 사심글이라서 혹시나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욕구충족은 못해드릴 것 같아요...ㅠ
저는 소비자로서의 본분에만 충실한 인간이라 글을 잘 못 써요ㅠㅠㅠㅠㅠㅠ멍충지송
저 말고 다른 능력자분들이 제대로 된 동주준하를 써주시겠죠 뭐....
사실 오늘, 아니죠 어제 내마들을 보니까 준하가 우리랑 놀아나길래 도저히 동주준하의 썸씽이 없어서 짜증나서 휘갈긴거에요...
준하 너 그럴거면 미국이나 후딱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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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네이버에 올릴 때 제목이
준하야 니가 편해졌으면 좋겠어/사실은 내가 편해졌으면 좋겠어 였던듯.
이 때 내가 일이 좀 있어서(아직도 그 일은 해결 안된 상태. 나 빼고 가족들은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만.)
가족이고 나발이고 혼자 나가 살고 싶다고 생각이 간절하던 때였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별로 변하지 않았음.
공홈에 인물소개를 보면 준하 사진 옆에 아버지하고 여동생 버린 죄보다 더 큰 죄는 같이 살면서 계속 미워하는거라는
그런 글귀가 있었는데 그게 너무 와닿아서 쓴 글...인듯.
차라리 안보고 살면 미워하지나 않는데, 내가 부족해서 돈이 없고 능력이 없어서
식구들하고 같이 살면서 자꾸 감정싸움하고 나 혼자 기분상하고 미워하고 이러는 것도 너무 지쳐서.
지금 나한테 태현숙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나도 마루처럼 장준하 되겠다고 할 것 같다.
내가 준하처럼 뛰어난 사람이 되지는 않겠지만.
- 2011/05/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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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잠깐만!!"
형이 내 부름에도 돌아보지 않는다. 뒤쫓아가며 몇 번을 불렀는데도 아랑곳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 형에 덜컥 겁이 났다. 막 문을 나서려는 형을 겨우 붙잡았는데, 매정하게도 내 손을 뿌리치고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쫓아나가서 형의 팔을 붙잡으면 뿌리치고 다시 잡으면 뿌리치기를 되풀이하다 답답해진 내가 형을 강제로 돌려세워 어깨를 단단히 붙잡았다. 이번에는 반항하지 않지만, 눈빛이 그렇게 매서울 수가 없다. 저번, 봉우리의 엄마 이야기를 하며 화를 내던 때와는 또 다른 눈. 노기는 느껴지지 않는데, 그 때보다 지금이 백 배는 더 무섭다.
"형. 장준하씨. 내 말 좀 들어."
"......"
"그런거 아냐. 봉우리랑 그런거 아니라고."
"......"
"내가 그 애한테 처음에 접근한거는, 걔 꽃그림도 필요하고, 어렸을 때 만났던 애니까, 반가워서... 그리고 몰라서 그런거잖아. 형이 그 애 엄마 얘기한 뒤로 나 걔 안 만났어. 봉우리가 찾아와도 내가 거부했어. 진짜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입을 꾹 다물고만 있는 형 때문에 점점 더 무서워진다. 제발 무슨 말이라도 해. 아무거나, 나보고 나쁜 놈이라고 욕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형이 이렇게 입을 다물어버리는건, 나하고 더 이상 이야기하기 싫다는 뜻이다. 나한테 아주 많이 화가 났거나, 아주 많이 실망했을 때 나오는 태도. 나하고 말도 섞기 싫고 상종도 하기 싫다고 말하는 것 같아 차라리 나를 두들겨 패줬으면 싶은 이 태도. 지금까지 살면서 손에 꼽을 만큼밖에 못 봤던 이런 형을 상대할 때는 정말 내 목을 조르는 기분이다. 이럴 때는 내가 아무리 웃어도 넘어가주지 않는다는 걸 안다. 언젠가 차라리 이러지 말고 눈물 쏙 빠지게 혼이라도 내주는게 속이 시원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상황은 그걸 바랄 수도 없다. 너무 명백히 내 잘못이지만 누가 혼을 내고 훈계를 받을 종류의 문제가 아니어서 문제다.
"형,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나 무서워 죽겠어."
".....안 만났다고. 다가와도 니가 밀어냈다고?"
"그렇다니까."
"그럼 어제 내가 본 건, 니가 그 앨 끌어안고 바닥에 누워있던건 뭔데?"
어제. 어제 형이 집에 왔었단 말인가. 그럼 기절한 날 침대로 옮겨놓은게 봉우리가 아니라 형이었고, 형은 내가 봉우리한테 하는 걸 다 봤다는건가.
"어..어제, 왔었어? 그런데 왜 오늘 아침에..."
"그 꼴을 보고도 내가 너랑 한 침대에서 한 이불덮고 자고 싶었겠어?"
"형, 그.. 그거 오해야. 나 그 때 정신이 없어서, 쓰러졌다가, 내가 그러려고 그런게 아니고."
"동주야."
갑자기 말도 안되게 차분해진 형의 표정에 가슴이 덜컥한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화라도 냈는데, 이제 형은 완전히 체념한 얼굴로 나를 본다. 지치고, 욕심없이, 포기한 눈빛. 나는 저 눈을 안다. 몇 년 전, 형에게 내 감정을 강요하며 밀어붙이던 때에, 나를 달래도 보고 화도 내보고 피해도 보던 형이 결국 그랬었다. 나도 널 사랑해. 그치만 나는 이대로가 좋아 동주야. 어머니 눈 밖에 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솔직한 말과 더불어 형의 눈에는 그렇게 쓰여있었다. 그치만 니가 밀어붙인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끌려가겠지. 내가 널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아. 그 때 형은 이미 엄마에게 버려질 각오를 했던 거다. 그 눈빛이 너무 충격이어서, 며칠 밤을 고민하던 나는 이기적인 내 마음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내놓은 결론은, 엄마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다고 형을 안심시키는 것이었다. 형도 날 사랑하잖아. 나 형 정말 사랑해. 엄마한테 들키지 않을게. 안 들킬 자신 있어. 그렇게 쉽게 들킬 거였으면 시작도 안했어.
이런. 형한테 사귀어달라고 고백하면서 썼던 말을 봉우리 일로 형한테 써먹었었다니.
"니가 그 애를 그렇게 좋아한다면, 그래 말리지 않을게. 니가 헤어지자하면 난 그렇게 할거야."
"형, 그런게 아니..."
"그치만. 나한테 그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참으라고는 하지 마. 부탁이야."
"형..."
"동주야, 나는... 그 사람들을 되도록 안 만나고 싶어. 그건 아직도 그 사람들이 싫어서가 아니야. 난 내 과거가, 가족들을 다 버리고 너랑 어머니한테로 옮겨갔던 내 과거가 다시 살아나는게 싫어. 가족에 대한 애정도 없이 모든 걸 매몰차게 버리고 성공을 쫓은 봉마루, 그게 다시 나타나는게 싫어. 너한테 우리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일지 몰라도, 나는 그 애가 내 눈 앞에 나타날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려. 그게 너무 괴로워서 참을 수가 없어. 그러니까...."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어리던 눈물이 이젠 그렁그렁하게 눈에 가득 맺힌다. 형이 고개를 숙이자 양 눈의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어깨를 잡은 내 손을 부드럽게 밀어내고 내게서 등을 돌려 걸어가는데, 잡아야 하는데, 몸이 굳어 움직이질 않는다.
나는 그동안 형을 옆에 두고 뭘 하고 있었던 걸까. 가장 의지하고 믿는 형으로, 사랑하는 연인으로 옆에 두고 나는 저 사람을 조금도 배려해주지 않았다. 이기적인 나는 하고 싶으면 하고 보고 싶으면 보고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그런 내 옆에서 형이 배운 건 참고 참다가 포기하는 거였다. 형은 내게 뭔가를 요구하는 법도 나를 거부하는 법도 없었다. 밀면 밀리는 대로 당기면 당기는 대로 내게 맞춰서 자기를 속으로 삭이는 것만 했던 사람이었다. 왜 나는 이걸 이제야 깨달았을까. 지금도 저렇게 내가 싫다면 헤어져주겠다는 못난 소리밖에 못하는 형을 그동안은 왜 모른척, 내게 맞춰주는걸 마냥 좋다고만 생각했을까. 거기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형을 두고 다른 사람에게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착각까지. 형은 어떻게 해도 내 옆에 있어줄 거라고 거만을 떨다가 이 꼴이 난거다, 분명.
지금 가는 저 등을 잡지 못하면, 이제 두 번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형을 잡았다. 달려가서 마른 등을 가슴에 품고, 허리를 팔에 가두었다. 얼굴을 보지 않는 대신 온 몸으로 형을 감싸안았다.
"형."
"미안해. 솔직히... 봉우리한테 감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야."
"근데, 형이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야. 나도 잠시잠깐 헷갈렸는데, 그런거 아니야. 나는 그냥, 그 애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나는 변했는데, 그 애는 예전이랑 하나도 안 변했으니까, 그 애랑 있으면 옛날에 들었던 소리들이 자꾸 떠올라서, 그 애랑 있으면 꼭 내가 다시 아홉살이 된 거 같고, 다시 귀가 들릴 것 같고... 내가 비참하지 않던 시절을 그 애가 가지고 있으니까, 그 때 생각이 자꾸 나서, 설레서... 그 애가 좋아서 설렌게 아니라, 내가 들을 수 있던 시절이 그리워서, 그게 설레서. 자꾸 그 애만 보면 옛날 생각이 나니까...."
"형, 방금 나 불렀지? 동주야, 그랬지? 응? 나 지금 형이 무슨 말 하는지, 말을 하긴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나 지금 형 귀 밖에 안보여.
형, 나 좀 봐줘. 나 보고 얘기해. 나 좀 쳐다봐. 나 지금 무섭단 말이야..."
늘 괜찮다고 하지만 형, 사실 나는 너무 듣고 싶어. 다시 들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것 같아. 엄마 목소리, 피아노 소리, 새소리, 물줄기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형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 들리기만 하면 세상에 못할 게 없을 것 같아. 옛날의 내가 그랬듯이. 그래서 자꾸 그 애를 만났어. 미안해.
"형, 미안해. 안 그럴게. 다신 안 그럴게. 미안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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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에서 동주가 우리 끌어안고 "들려...니 목소리 들려..."하는게 너무 눈꼴시고 짜증나서
제가 이 짓을 또 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용이 전달이 잘 되려나 모르겠네요.
위에 쓰여있는 대로 동주가 우리를 보며 좋아하는 건 어렸을 때 친구를 만난 반가움도 있지만 자꾸 그 시절이 생각나고, 그 때의 자기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끌리는 겁니다. 내가 들을 수 있던 시절의, 갖다 붙이자면 행복하고 찬란했던 시절의 마지막을 공유한 사람이 우리니까요. 그녀와 있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들을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다보니 자꾸 우리한테 접근을 하게 되죠.
그치만 준하는 그게 너무너무 신경쓰입니다. 9회에서는 동주한테 화를 내면서 울먹울먹ㅠㅠ하면서 쏟아낸 말대로 원래 가족들하고 엮이기도 싫고 그들 앞에 나타날 염치도 없죠. 그러니 되도록 서로 모르는 상태로 접점 없이 다른 세계를 살고 싶은데 동주 녀석은 자꾸 우리한테 영규한테 손을 뻗고, 준하는 그걸 보며 그리움에 죄책감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거기다 동주가 우리를 자꾸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으니 더 우울하죠. 그치만 준하는 감히 질투하거나 만나지 말라고 다그칠 자신도 없어서, 동주에게 포기하겠다고 말합니다. 그 대신 자기는 떠나겠다는 뉘앙스로요. 그래서 동주가 정신차리고 울며불며(마지막 동주 대사치면서 동주는 울고 있어요!) 제 사랑을 다시 찾아간다는 이야기 인데 내용이 왜 이 모양이냐구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됐어요. 이제 몰라요. 난 퇴고같은거 안하는 앞만 보고 걷는 여자니까요.
글이 거지같은 건 알지만 그래도 퇴고는 꿋꿋하게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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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만큼 글이 나오지 않아 사족이 길었던 글.
나는 좀 애절한 앵스트 글을 바랐는데 나온건 귀여니수준.
요때부터 슬슬 봉우리랑 삼각관계 분위기가 피어났던가 삼각관계라는 소문이 돌았던가 그래서
짜증나서 휘갈겼던 글로 기억한다.
근데 아직도 그 맘은 변함이 없어. 봉우리랑 사귀지 마. 니네끼리 놀라고.
- 2011/05/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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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준하 망상
몇 년 전, 형이 의사고시에 무사히 통과한 기념으로 형과 내가 영국에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다. 내가 혼자 가겠달 때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말리던 엄마가 형과 함께 가겠다는 말에 가방까지 챙겨주는 걸 보고 어이가 없었지만, 나도 혼자보다는 형과 함께 가는게 더 좋았기 때문에 군말없이 비행기에 올랐었다. 런던에 도착해 반나절 넘게 관광을 하고, 출출해진 우리는 눈에 띄는 식당 중 아무 곳이나 골라잡아 들어갔었다. 형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주문을 받으러 식당 주인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었다.
[주문하시겠소, 젊은이?]
[일행 오면 주문할게요.]
[아, 방금 그 남자친구?]
[....네. 남자친구요. 이쁘죠?]
[자네가 더 예쁜 것 같은데.]
[그래도 제가 남편인데요.]
[이미 결혼한 사인가?]
[네. 결혼 2주년 기념 여행 온 겁니다.]
[오, 2주년! 그럼 내 특별히 서비스를 줘야지. 남자친구 오면 불러요. 내 잘 대접해주지.]
[고맙습니다.]
흐흥, 완벽하게 속았군. 어렸을 땐 이런 오해에 기겁을 하고 손사래를 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다 괜찮아, 난 그런거에 편견 없어, 따위의 것들 뿐이었다. 반복되는 오해와 해명에 질려버려서 언젠가 한 번은 길에서 만난 노부인의 보기 좋다는 인사치레에 네, 저희 잘 어울리죠? 했더니 일일이 해명을 할 때보다 훨씬 일이 빨리 끝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이후로 우리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종종 써먹곤 했던 방법이다. 준하형은 괜히 사람들 속이지 말라고 했지만 난 재미있으니까 계속 할 생각이다. 어차피 다시 볼 일 없는 사람들인데 뭐. 그래서 지금도, 막 화장실에서 돌아와 자리에 앉는 형에게 평소보다 더 활짝 웃어줬다. 아직 테이블을 떠나지 않고 있는 저 주인장이 보라고.
"왔어? 뭐 먹을까?"
"니가 알아서 시키지. 나 기다린거야?"
"형 먹고 싶은거 시켜야지. 뭐 먹고 싶어?"
"글쎄, 좀 보고..."
"그래. 여기 메뉴."
친절하게 형 앞에 메뉴판을 펼쳐주고 일부러 바싹 붙어 앉아 같이 메뉴를 고르는 척 얼굴을 맞댔다. 바로 옆에 붙는 나를 잠깐 쳐다보던 형은 그냥 음식을 고르느라 그러려니 했는지 별로 개의치 않고 메뉴판으로 눈을 돌린다. 하긴, 집에서 매일 살 맞대고 뒹구는데 이 정도 가지고 유난 떨 형이 아니다. 물론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저 주인아저씨의 눈엔 전혀 다르게 비치겠지만. 형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메뉴판을 잡은 형의 손을 겹쳐 잡으면서 일부러 영어로 형의 의사를 물었다.
[뭐 먹고 싶어?]
"음? 뭐, 난 그냥 파스타나 먹을까 하는데...동주 너는?"
[난 형이 골라주는거면 뭐든 좋아.]
"웬일이냐, 입맛도 까다로운 애가."
[뭐든지 시켜요. 우리집은 런던에서 맛집으로 소문났거든.]
주인장의 넉살에 그러냐며 웃던 형은 적당한 식사 두 가지를 골라 주문했다. 주인장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잠깐만 기다리라며 메뉴판을 받아 주방으로 돌아갔다. 당연히 그 눈빛의 의미를 알 리 없는 형은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 덕분에 음식이 나올 때까지 나는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볼만큼 지속적이고 노골적으로 형을 만질 수 있었다. 형의 어깨를 손으로 쓸고, 그 손으로 형의 뒷머리와 목을 만지작거리고, 겹쳐잡은 손을 손가락으로 쓸고, 손버릇인 것처럼 형의 허벅지에 손을 얹고.... 누가봐도 알 수 있도록 우리는 게이커플이라는 티를 팍팍 냈지만 생각보다 이런데서 둔한 형은 자기가 어떤 눈길을 받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냥 평소보다 내가 형에게 많이 들러붙는다고 생각했는지 그저 나를 보고 웃기만 할 뿐 내 행동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내가 귓속말을 하자 형이 몸서리를 치며 날 떼어놓긴 했지만, 그게 내가 세워놓은 공든 탑이 무너질만한 반응은 아니었다. 그냥 애인이 지나치게 추근거리는 걸 조절하는 걸로 보였겠지.
[자, 음식 나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어, 잠깐만요.]
[무슨 일인가요, 젊은이?]
[저희 이건 안 시켰는데요.]
주문한 음식 외에 나온 먹음직스러운 고기를 가리키며 형이 말했다. 나도 음식을 날라온 식당주인을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그 때 생각이 났다. 아, 2주년 기념 서비스.
[이건 서비스에요. 손님들이 보기 좋아서 주는 거니 사양말아요.]
[네?]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그래요. 참, 여기 향초도 놓아두죠. 훨씬 로맨틱할겁니다.]
식당주인이 내가 한 말을 탄로낼까봐 얼른 인사를 하고 접시 위의 음식을 집어먹었다. 형이 어리둥절해있는 사이 식당주인은 기어코 우리 테이블 위에 아로마 향초를 피워두고 돌아갔다. 웬 로맨틱? 형이 중얼거렸다. 이 식당 분위기가 그건가보지. 신경쓰지 말고 먹어 형. 자, 아-. 말을 돌리려고 얼른 아무거나 집어 형에게 내밀었다. 입가에 소스가 다 묻도록 급하게 들이댔더니 고개를 뒤로 빼며 인상을 쓰긴 했지만 역시나 형은 아무 의심없이 내가 준 음식을 받아먹었다. 외국에 나왔어도 나고 자란 나라의 문화는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어서, 형은 한국식으로 행동하는데 익숙했다. 내가 형의 다리를 베고 눕는 것도, 한 침대를 쓰는 것도, 내가 먹던 포크를 입에 대는 것도, 물컵을 나눠쓰는 것도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내 사기극에 외국인들이 잘 속아넘어가는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내가 내민 음식을 받아먹는 형을 보고 식당 안의 사람들은 완전히 자기들 생각에 종지부를 찍은 것 같았다. 아주 굳히기에 들어가야겠군. 타이밍을 보다 형이 파스타를 말아 막 입으로 가져가려는 것을 보고 입을 벌렸다. 아- 그거 맛있어? 나 한 입만. 먹이 달라는 새끼 새마냥 입을 벌리고 졸랐더니 형이 넌 내가 뭐 먼저 먹는 꼴을 못 본다며 눈을 흘겼다. 그래도 결국 자기 손에 들린 포크를 내미는 형을 흐뭇하게 봐주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표정으로 파스타를 한 입에 넣고 씹었다. 음식 맛이고 뭐고 우린 이 안에서 한 쌍의 동양인 게이커플로 찍혔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밥을 먹는 형에게 확 폭로해버리고 싶은 것을 참느라 뱃속이 간질간질해 죽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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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무 보고 싶은 장면인데 쓰기는 너무 귀찮다.......묘사 싫어 짜증나ㅠ
원래는 다 먹고 계산할 때 쯤 식당주인의 입방정으로 자기가 동주의 아내 취급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된 준하가 도망나가는 동주를 쫓아나와 너 또 무슨 짓을 한 거냐며 화를 내고 그러거나 말거나 동주는 형 나 아이스크림 사줘! 가자가자~ 하고 준하 팔짱을 끼고 끌고 가면 준하는 몇 번 반항하다 결국 동주 애교에 지고 마는 걸 쓰고 싶었는데
아 지금 시간이 몇시야. 관둘래.
그리고 나 지금 어제 본 내마들에서 준하가 무릎꿇고 펑펑 울어서 너무 슬프단 말야. 왜 밤새서 소설쓰고 난리야.
아 준하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그래서 너한테 아이린이란 캐릭터를 주고 싶었던 거야. 넌 쉴 곳이 필요해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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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뭔가가 쓰고 싶을 때 썼던 글인거 같다.
위에 ㅠㅠㅠㅠㅠ이래놓은 걸 보니 9회였나 10회였나 태현숙 앞에서 무릎꿇고 울던 회를 본 날인듯.
사실 이 망상의 바탕에는 영드 셜록에 나오는 안젤로네 식당 씬이 깔려있음.
이 식당 주인도 안젤로...ㅋㅋㅋㅋㅋㅋ
역시나 글은 별로다. 참 내가 쓴 글인데도 이렇게 눈에 안 찰 수가.
남이 쓴 글이었으면 아 존나 글 못쓰네ㅡㅡ하고 뒤로가기 눌렀을 그런 글.
- 2011/05/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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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딱 한 번, 단 한 사람에게 내 모든 걸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 여자가 정말 내 운명같이 느껴지던 그 시절에.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운명일 것만 같던 그녀에게 나는 술기운을 빌미로 내 과거지사를 떠들었었다. 나는 아버지, 할머니 다 버리고 온 놈이라고. 정신지체 아버지가 창피하고 죽어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가난이 싫어서 매일같이 성질만 내다가, 환경이 바뀌고 나니 감쪽같이 변해버린, 그런 간사한 놈이라고 내가. 잠시잠깐 생겼던 귀머거리 새어머니에게 모질게 굴었으면서 그녀에게서 보살핌받던 그 짧은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노라고. 그녀가 죽던 날, 내가 운 건 새어머니에 대한 정이 아니라 이제야 막 피어나기 시작하던 내 인생이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서 였다고. 그러다 기회를 잡아 다 버리고 나 혼자 떨어져나와 이렇게 너를 만났다고. 이런 내가...... 어떻느냐고. 그녀에게 다 토해내고 마지막 끝은 그렇게 맺었던 것 같다. 이런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아직도 내가 좋으냐고. 절반 정도는 부정적인 답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한없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네가 나쁜게 아니야. 괜찮아. 너무 자책하지 마. 네가 나쁜게 아니야....'
그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그녀에게 안긴 채 밤새 울어댔던 기억. 그녀의 품은 장준하가 되어 얻은 새어머니의 품보다도, 봉마루로서 얻었던 새어머니의 손길보다도 더 포근했었다. 생전 가져본 적 없는 엄마라는 존재가 이런 느낌일 거라고 느꼈을 만큼.
그녀의 말이 내가 무죄라는 뜻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다만 그 때 나는 집 안에서는 티낼 수 없던 때늦은 향수병과 죄책감으로 시커멓게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장준하의 탄생에 얽힌 비화는 안으로 곪고 곪아 내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물을만큼 나를 흔들어 놓았던 문제였다. 혼자 앓았다면 정말로 내 몸을 갉아먹었을 상처를 그녀에게 내보였을 때, 그녀의 말은 시기적절한 치료가 되어주었다. 하나도 아프지 않게 상처를 소독하고 동여매 준 그녀의 말 덕에 나는 내 생애 가장 암울할 뻔 했던 시기를 잘 헤쳐나왔다.
그 뒤로도 꽤 오랜 시간을 사귀었지만 우리는 결국 헤어졌다. 그래도 그녀는 아직 내 곁에 좋은 친구로 남아있다. 연락을 자주 하지는 않더라도 늘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내게는 거의 유일한 친구.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상대. 그녀를 만난 것은 참 다행이었다.
그런 그녀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을 때, 내가 전화를 한참이나 붙들고 있는 것이 문제될 리가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동주는 생각보다 독점욕이 많다는 거였고, 그녀가 내게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른다는 거였다.
"누군데 전화를 그렇게 오래 해?"
"어, 친구."
"친구 누구?"
"....아이린."
"아이린? 아아, 형한테 꽤 오래 붙어있었던 그 여자?"
"동주야."
"오년이었나, 육년이었나. 별로 대단치도 않아보이던데, 형이 그렇게 눈이 낮은줄 몰랐었어 그 전까지. 그런 여자랑 몇 년씩 사귈 줄이야."
"그렇게 말하지 마. 아이린 나한테 좋은 친구야. 소중한 사람이고."
"나보다 더?"
또 이런 식이다. 아이린에 관련된 일이면 동주는 샐쭉해져서는 영 딴 사람처럼 굴었다. 눈초리가 날카로워지면서 눈빛이 변했다. 이래서 일부러 밖에 나와 통화했던 건데. 이럴 땐 말을 돌리는 것도 장난을 거는 것도 통하지 않는다. 거짓말이라도 아이린과 통화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야 기분을 푸는 시늉이나마 했다. 오늘만큼은 왠지, 그게 지긋지긋하게 화가 났다.
"뭐?"
"나보다 더, 그 여자가 소중해?"
"그런 뜻이 아니잖아."
"나한텐 그런 뜻이야. 말해. 나보다 그 여자가 소중해? 내가 그 여자에 대해 안좋은 소리 좀 했다고 그렇게 정색할만큼?"
"너 매번 왜 이래? 내가 아이린이랑 통화 한 번 하고 나면 있는대로 심통은 다 부리고."
"내가 싫어하는 거 알면서 왜 그 여자랑 자꾸 연락하는데?"
저 태도. 귀가 먼 후로 어머니와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키는 동주를 감싸안아주고 가운데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건 내 몫이었다. 어머니와 한바탕 씨름을 하고 나서 혼자 상처입은 짐승처럼 방에 틀어박혀 있으면 내가 먼저 다가가 이게 좋으니, 저게 좋으니 하며 입 안의 혀처럼 다 해주던 시기가 한 일 년 정도 있었다. 안쓰러워 시작한 일이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받아줘 버릇하다보니 동주는 내가 제 말이라면 다 따라야 하는 것처럼 굴었다. 제가 싫어하는 건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게서 눈을 돌리지 말라고. 그래서 동주의 신경이 제일 날카로울 때는 내가 누군가와 전화를 할 때다.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내가 저 아닌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걸 끔찍하게도 싫어했으니까. 다른 때는 능글맞게 장난도 잘 치고 유들유들 성격도 좋으면서, 이럴 때는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게 제멋대로다. 그동안은 늘 그래 미안미안, 앞으로 연락 안 할게. 하며 지나갔지만 오늘만큼은 져주고 싶지가 않다. 내가 왜, 트라우마 덩어리인 이 옛 동네까지 끌려온 것도 모자라 너한테까지 이런 꼴을.
"니가 싫어하면 나는 친구하고 연락도 못해? 동주 니가 왜그러는지 형은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다."
"핸드폰 줘봐."
"왜?"
"줘."
"동주야."
내 말에 눈썹이 움찔 하는가 싶더니 성큼성큼 다가와서 내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빼앗아간다. 그리고는
퐁당
"차동주!"
"다시는,그 여자랑,연락,하지,마. 전화기는 내가 새로 사줄테니까 건질 생각 말고."
"너 정말 이렇게 제멋대로 굴..."
듣기 싫다는 듯 눈을 감고 집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동주의 등을 망연히 보다, 휴대폰을 폭 삼켜버린 파장으로 일렁이는 연못을 바라봤다.
도대체 너는 왜.
가끔 이렇게 말도 안되는 떼를 쓰는 동주를 보면, 무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니 형이 아니어서, 내 출신이 어떤지 알아서 그러는 거야? 내가 이 집에 붙어있기 위해 니 비위를 다 맞출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이제는 완전히 잠잠해진 연못가에 다가가서 신발을 벗을까 말까, 물에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던 나는 결국 아무 것도 못하고 몸을 돌렸다.
너무 나한테 의지하도록 키운 내 잘못인 것 같기도 하고, 이 이상 싸워봐야 내가 얻을게 무어냐 싶기도 해서 또 나는 동주에게 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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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써서 내가 시험을 막장으로 쳤나 보오.....
학교에서 반쯤 쓰고 대충 집에 와서 마무리.
청각을 잃은 후 준하만을 세상과의 소통창으로 두고 지내온 동주에게 준하가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눈을 돌리는 건 굉장히 불안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머니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에 준하 하나만 받아들였는데, 그런 준하는 저에게 온 마음을 쏟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질투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이건 너무 내 생각인가.
준하는 그런 동주가 이해되기도 하지만 정말 이해되지 않기도 한다. 자신의 노력으로 어머니보다 저를 더 믿고 의지하며 큰데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가 제가 모르는 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두려워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도를 넘는 집착은 준하를 짜증나게 할 뿐. 동주와 어머니에게는 완벽한 형, 아들이어야 했던 준하가 마음놓고 제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상대를 만났는데 그마저 방해한다면 아무리 준하라도 동주에게 화를 낼 것 같다. 그치만 대립각을 세워봐야 형으로서 너그러운 마음+출신과 관련된 약점 때문에 결국 먼저 싸움을 포기하는건 준하 쪽일듯. 화해를 먼저 시도하는 건 동주. 그 해사한 얼굴로 샐샐 웃으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장난을 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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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긴긴 재수생활을 마치고 대학교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쓴 덕질용 글.
고등학교 때는 잘난척해가며 소설같지 않은 소설도 많이 썼는데
재수하면서 사람이 팍팍해져서 그런지, 그 뒤로는 좋아하는 뭔가가 생겨도 영 글이 나오질 않다가
막장드라마의 요소를 다 갖췄으나 막장의 냄새는 안 풍기는 내마들을 만나면서 덕심 폭발.
준하야 존나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해가면서 쓴 글.
내 지금 상황이 그래서 그런가(내 상황은 이 뒤에 퍼올 글에 대강 써놓은게 있다. 남이 보기엔 별 일 아닐 수도 있는)
드라마를 볼 때마다 힘들지만 밝게 살아온 봉우리나 장애를 가지고 사랑을 배우는 차동주보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치던 마루, 새로 잡은 기적을 놓치기 싫어 피곤하게 사는 준하에게 더 감정이입이 된다.
그런 준하에게 소울메이트같은 사람이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해서 아이린이라는 여자를 만들어낸 글.
아이린은 준하에게 엄마이자 누나이자 동생이자 연인이었던 여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자....뭐 그런 존재.
글에서는 잘 안 드러난다.
당연하지 내가 글을 거지같이 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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